초보 무이탄 샌드항에서 수초 키우는 법

처음 수조에 수초를 넣으면서 소일이나 이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멈칫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관심은 있지만 초반에 너무 많은 투자가 부담스럽거나, 소일이나 이탄없이도 수초를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무이탄 샌드항(또는 흑사항)에서 수초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왜 소일과 이탄을 쓰지 않는가?

초보라면 누구나 소일에 대한 거부감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사용기한이 정해진 흙이라니, 화분의 흙보다 훨씬 비싼 이 흙은 시간이 지나면 진흙으로 변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리셋의 부담이 있는 아이템입니다.  반면에 쉽게 강 모래를 떠올릴 때, 보통 금사라고 부르는 샌드는 거의 영원히 사용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수조도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게 되는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바닥재입니다. 이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심각하게 부담스러운 고압봄베나 그보다 덜한 소다스트림이나 화학이탄의 경우에도 초보의 눈에는 경우에 따라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무시무시한 통으로 보이고 저압이탄은 무언가 번거롭고 모양이 빠지기 때문에 차라리 무이탄으로 해보자! 라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따르게 됩니다.

무이탄 샌드항의 이해

일부 수초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양의 수중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요구하며 이것이 만족되지 않는 경우 제대로 된 발색을 보여주지 않거나, 웃자라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를 보여준다고 하고, 샌드는 말그대로 모래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이 없어 뿌리를 통해 수초가 영양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인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누구도 화분에 모래만 담아 식물을 심지 않는 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샌드에 수초라니…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가능한 두 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1. 심지 않는 수초를 키운다.

음성수초, 활착수초 등으로 알려진 일부 수초는 뿌리를 유목이나 돌등에 고정시키고 동시에 수중에 노출시킨 상태로 수초로 성장합니다.  음성수초 3대장으로 알려진 나나, 볼비티스, 미크로소리움은 이러한 무이탄 샌드항에 주요한 단골 소재입니다. 최근에 알려진 부세파란드라 계통의 아름다운 수초들도 돌이나 유목에 활착시켜 아름답고 풍성하게 성장 시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샌드는 풀을  키우지 못하는 척박한 바닥재에서 1~2cm 만으로 바닥 유리면을 덮고 밝은 강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좋은 레이아웃 소재로 바뀌게 됩니다.

위의 영상은 자반에서의 화산석에 나나와 부세파란드라 케다강을 활착시킨 샌드항입니다.  초보들에게는 아쉽게도 이탄이 사용된 수조이지만 수초를 굳이 심지 않아도 풍성하고 아름다운 수조를 만들  수 있다는 예시로 참고할만한 좋은 수조입니다.

음성수초의 관리

인터넷 검색만으로 영양분이 없는 샌드항에 활착한 음성수초항은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리의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면,

  • 고광량, 긴시간 조명을 피하는게 좋습니다.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이끼의 공격에 취약합니다. 느릿함의 미학을 즐기신다면 고광량과 7시간 이상의 조명 조사를 피하는 것을 권합니다.
  • 많은 고기, 많은 사료 역시 좋지 않습니다.  음성수초의 최대 난제인 붓이끼가 오기 쉽습니다. 샌드항이라고 영양성분이 없다고 물고기 똥과 사료가 비료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 오토싱,  새우 등  cleaning crew 가 있는 것은 늘 도움이 됩니다.  이는 일반적인 수초항과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내용외에 정기적인 환수가 꼭 필요합니다.  음성수초의 대부분은 수돗물에 포함된 영양분과 주1회 정도의 소량의 액체비료 투입 정도로도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잦은 환수는 수조에 부족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 2회 30% 또는 주 1회 50% 내외의 환수 등 본인의 생활습관에 맞춘 환수 주기를 정하고 이를 가급적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쉬운 수초를 심는다.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이른바 ‘초보수초’라고 불리우는 진정한 수초 (수중화를 한 육상식물이 아닌 본연의 침수식물)의 경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요구하지 않고 대부분의 영양분은 잎의 기공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이탄 샌드항에 아주 적합한 친구들입니다. 이러한 수초들과 위의 음성수초를 적절히 섞어 식재한다면 초보 샌드항이라고 해도 풍성한 수초 레이아웃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수초판매 사이트등에서 초보수초 카테고리에 있는 수초들은 거의 대부분 무이탄 수초항에 식재가 가능한데 가격또한 음성수초에 비해 매우 저렴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몇몇 수초는 아래와 같습니다.

  • 아마존 스워드플랜트 : 중대형의 수초로 잎이 넓어 수초로서의 존재감은 물론 고기와도 잘 어울리는 풀입니다.  샌드에도 뿌리성장이  좋아 다소 두껍게 깐 샌드항의 경우에는 수조 혐기화에 대한 걱정도 줄여줍니다. 수조 혐기화란 두껍게 샌드를 깐 수조의 경우 샌드 하단에 산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혐기성 상태를 형성하고 일부 수조의 유기물들이 수조 바닥에서 혐기상태로 분해(보통 썩는다고 하죠)되어 독성가스를 수조내로 내뿜게 되어 고기나 수초가 폐사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 루드위지아 슈퍼레드 :  초보항에는 붉은수초가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있지만 슈퍼레드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샌드항에서도 충분히 좋은 뿌리 내림을 보여주고 짙은 보라에 가까운 적색은 수초항의 좋은 컬러감을 선사하는 포인트 수초가 될 것입니다.
  • 붕어마름 또는 발리스네리아 : 길게 길게 쭉쭉 자라는 후경수초로 샌드항 바닥의 적은 양의 오석과 발리스네리아 만으로도 정갈한 수조의  레이아웃이 완성됩니다.
  • 크립토코리네 팔바, 스트로징레펜스 : 샌드항에 전경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 두 종의 경우 충분히 샌드항의 바닥을 덮어줄 능력이 있는 초보 수초들입니다. 팔바의 경우 극악의 더딘 성장속도로 악명이 높지만 어짜피 샌드에서 심을것이니 느긋하게 성장을 지켜봅니다.

 

샌드항에서 키운 튼튼한 아마존스워드플랜트
샌드항에서 키운 튼튼한 아마존스워드플랜트입니다. 원래는 수족관에서 판매하는 1포트로 시작한 친구들입니다.

 

촘촘히 자란 스트로징
촘촘히 자란 스트로징

 

샌드항에 심은 스트로징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샌드항이지만 전경수초에게 기대하는 촘촘한 모습으로 자라준 스트로징

바텀비료는 필수

샌드를 비집고 훌륭히 성장하는 초보수초에게 이니셜스틱, 네오탭, 트로피카 캡슐 등의 완효성 바닥 비료를 함께 심어주면 더욱 더 건강하고 이탄항 못지 않은 멋진 모습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초반 세팅에 오와열을 맞추어 탭을 심는 경우도 있지만 이어서 수초를 식재하면서 바텀비료가 샌드 위로 노출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수초를 먼저 식재한 이후에 오와 열을 맞추거나 주요한 수초의 뿌리 근처에 1개씩 심는 정도만으로도 비료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이니셜스틱을 붙잡고 있는 슈퍼레드
이니셜스틱을 붙잡고 있는 슈퍼레드

리셋 등을 위해 샌드에 심은 수초를 뽑을 때 바텀비료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본 분이라면 이게 정말 작동하는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겠지요?

 

어렵지 않은 무이탄 샌드 초보수초항

정리하자면 바닥비료를 넣고, 쉬운 수초를 심고, 루틴한 환수주기를 갖는 식으로 수초가 어떻게 성장하는 것을 살피고 관리하는 초보자로서의 경험을 쌓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찍먹’을 경험 한 후에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그에 못지않은 아쉬움도 생길 것입니다. 가령 발색에 대한 아쉬움 또는 밀식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들이지요. 이후 소일이나 이탄을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지금의 손이 덜 가게되는 샌드 수초항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사육자의 결정일 것입니다. 이 글이 그 결심으로 가는 첫 걸음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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